MMA

[스크랩] 9월의 파이터-Wanderlei Silva

고요한하늘... 2005. 3. 31. 23:18

전율의 도끼 살인마 Wanderlei Silva!



안녕하세요? MFIGHT 이민우 기자입니다.

지난 회 “Fedor Emelianenko”를 읽고 여러분들께서 보내 주신 많은 격려와 관심은 실로 엄청나더군요. 매우 기쁘기도 했지만, 솔직히 다음 편에 대한 부담도 많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왕 시작한 바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지요? ^^

지난 8월 15일 벌어진 PRIDE Final Conflict 2004에서는 아쉽게도 헤비급 최강자를 가리지 못했습니다. 결승전에서 그라운드 상태의 서로간 빈 틈을 노리던 Fedor와 Noguiera의 이마가 서로 부딪히면서 과다출혈로 인해 경기를 계속하지 못하게 되자 No Contest가 선언되었고, 결국 헤비급 GP 타이틀의 주인은 오는 10월 31일 PRIDE 28 (또는 그 이후) 에서나 가려지게 된 것이죠. 챔피언 벨트를 향해 치달아 온 과정이 너무나 뜨거웠기에 그 마지막이 허무했던 면이 없지 않았지만 어쨌든 팬들의 입장에서는 헤비급의 최강자를 가리는 경기인 만큼 최상의 컨디션에서 진정한 실력으로 승부가 가려져야 한다는 점만은 공감하는 분위기 입니다.

PRIDE Final Conflict 2004에서는 헤비급 GP 타이틀전만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근육하면 빠질 수 없는 두 Muscle Man, Waterman과 Randleman의 경기가 있었고, 브라질리언 주짓수와 유도의 강함을 놓고 겨루었던 Murilo Bustamante와 나카무라 가즈히로의 경기도 있었습니다. 또 Crocop vs Fedor의 가상대결로 관심을 모은 Crocop과 Aleksander의 경기도 있었지요.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귀추가 주목되었던 경기가 바로 판크라스의 왕자 곤도 유키와 PRIDE 현 미들급 챔피언 Wanderlei Silva와의 경기였습니다. Silva는 사쿠라바 카즈시에게 첫 패배를 선사한 것을 포함하여 수많은 일본 선수들을 무릎 꿇리며 “일본인을 주식으로 하는 도끼 살인마”로 불릴 정도로 일본 격투가의 킬러로 자리매김해 왔습니다. 물론 미들급의 최강자라면 어떤 선수일지라도 미들급이 주류를 이루는 일본 격투가와의 필연적인 악연 관계가 성립되었을 테지만, 일본인들이 Silva 격침에 유난히 집착하는 이유는 일본 최강의 파이터로 자랑했던 사쿠라바 카즈시, 타무라 키요시, 요시다 히데히코, 미노와 이쿠히사가 모두 그에겐 변변히 힘도 못 써보고 차례로 분루를 삼켰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DSE에서는 이번 Final Conflict 2004에서 미들급 최고의 타격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판크라스의 곤도 유키를 Silva를 꺾을 자객으로 지명했으며, 이 경기에서 곤도가 패할 경우 당분간 더 이상은 Silva를 꺾을 일본인 파이터는 존재하지 않을 것으로 인정할 만큼 일본인들로서는 배수의 진을 친 한판 승부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시합 전 타격으로 맞붙겠노라 공언한 바대로 곤도는 전율의 무에타이 타격가 Silva와의 스탠딩 타격을 결코 겁내지 않고 침착하게 경기 초반을 잘 운영해 나갔습니다만, 결국 펀치의 스피드와 정확성에서 밀리면서 안면에 펀치를 허용하며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고 바닥에 쓰러지고 맙니다. 쓰러진 곤도의 얼굴 위로 쏟아지는 Silva의 스텀핑 킥! 불과 1라운드 2분 46초 만에 경기는 끝이 납니다. 잔인하리만치 냉정한 Silva의 피니쉬는 더 이상의 일본 격투가 vs Silva의 대결 구도는 무모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 같았지요.



경기가 끝난 후 다카다 총괄본부장은 링 위에 올라와, 오는 PRIDE 28에서 미들급 챔피언 타이틀을 놓고 챔피언 Wanderlei Silva와 도전자 Quinton Jackson의 경기를 발표했습니다. 이제 PRIDE를 좋아하는 국내외 팬들의 관심은 Fedor와 Nogueira의 헤비급 GP 타이틀 매치와 더불어 Silva와 Jackson의 미들급 타이틀 매치에 온통 쏠려 있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언제나 야수와 같은 눈빛으로 폭풍과도 같은 화끈한 타격을 앞세워 PRIDE 미들급 최강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Wanderlei Silva! 과연 그가 PRIDE 28에서 동급최강의 파워를 지닌 Quinton “Rampage” Jackson의 도전을 뿌리치고 장기 집권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는지 사뭇 기대됩니다.

자, 그럼 브라질의 도끼 살인마 Wanderlei Silva가 오늘날의 최강의 파이터로 거듭나기까지 과연 어떠한 과정을 거쳐 왔는지 한번 알아보도록 할까요? ^^



Wanderlei Silva는 1976年 7月 3日 브라질 남동부 파라나(Paran) 州에 위치한 꾸리찌바(Curitiba) 시에서 태어났습니다. 우리는 보통 브라질의 도시하면 수도인 브라질리아나 리오 데 자네이로를 떠올리지만 실제 브라질 사람들에게 가장 살기 좋은 도시를 뽑으라고 하면 단연 꾸리찌바 시를 꼽는다고 하더군요. 이 꾸리찌바 라는 도시는 “꿈의 도시, 희망의 도시”로 불릴 만큼 환경생태가 잘 보존되어 있어서 생활 만족도가 가장 높은 도시이며, 치안 및 교통 시스템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세계 각국의 도시 계획 벤치 마킹 모델로 단연 손꼽는 도시라고 하네요. Silva로 인해 유명해진 Chute Boxe Academy가 위치한 곳도 바로 이 꾸리찌바 시랍니다.



Silva는 어려 서부터 치고 받는 것을 즐기는 싸움꾼 이었습니다. 뭐 어렸을 때 “침 좀 뱉었다” 하는 사람들이 커서는 다들 그렇게 말하곤 하지만, 본인의 말에 의하면 “자신이 먼저 남을 괴롭힌 적은 없으며, 누군가 자신에게 시비를 걸어올 때만 박살을 내 놓았다” 고 하네요. ^^;; 경위야 어찌 되었든 동네 캡을 먹던 이 꼬마 싸움꾼은 13살 되던 무렵 격투기를 체계적으로 배워보고 싶은 욕구가 생겨났고, 이 때 친구의 손에 이끌려 찾은 곳이 바로 무에타이 도장이었습니다.

당시 브라질의 남부 지역에는 북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짓수를 가르치는 도장이 그리 많지 않았던 데다가, 상대를 제압하는 데 있어서 꺾고 조르는 것보다 때려서 쓰러뜨리는 것이 훨씬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던 Silva는 무에타이에 입문하게 됩니다. 그가 처음 접한 격투기가 주짓수가 아니라 바로 무에타이였다는 것은 지금의 어그레시브한 그의 파이트 스타일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Silva는 무에타이라는 무술에 대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킥, 펀치, 팔꿈치, 클린치 등 하나하나의 기술 자체는 단순할 지 몰라도, 그 단순한 기술들을 컴비네이션으로 조합시킨 무에타이는 아주 유용한 격투기이며, 또한 KO로 끝나는 화끈한 시합을 원하는 팬들에게도 가장 각광 받는 스타일의 격투기이다. 무에타이는 팬들을 위한 격투기이며, 그것이 팬들이 나를 좋아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Silva가 주짓수를 경시했다거나 수련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는 15세 때 좀더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고자 인근에서 가장 유명한 격투기 도장이었던 Chute Boxe Academy의 문을 두드리게 되지요. 당시 Chute Boxe는 무에타이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도장이었으나, 후에 “앞으로의 발리투도에서는 주짓수를 하지 않고서는 이기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주짓수를 도입하게 되었고, 그 때부터 주짓수를 수련하기 시작한 Silva의 주짓수 경력은 자그마치 10年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랜 수련의 결과로 그는 2003년 11월 21일에는 카를로스 그레이시 주니어로부터 블랙 벨트를 수여 받기도 했구요. 그 때는 Silva가 2003 PRIDE 미들급 GP에서 요시다 히데히코와 Quinton Jackson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한 직후였는데, 국제 브라질리언 주짓수 연맹에서는 토너먼트 전 경기에서 보여준 Silva의 높은 기량을 인정해서 블랙 벨트를 수여했다고 합니다. (유도 금메달리스트 요시다를 이겼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승급 동기였다고 보는 의견들도 있습니다.) 어쨌든 주짓수 블랙 벨트를 땄다는 것만으로도 Silva 역시 그래플링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꾸준히 트레이닝해 왔다는 것이 증명된 셈입니다. 가장 자신 있는 기술이 트라이앵글 쵸크와 암록이라고 하니까, 조만간 Silva가 서브 미션 기술로 상대에게 탭을 받아내는 모습을 볼 수 있겠지요?



Chute Boxe에서도 뛰어난 기량을 인정 받던 그는 스무 살이 되던 1996년 브라질의 발리투도 대회인 BVF(Brazilian Vale Tudo Fighting)에 참가하면서부터 드디어 종합격투기 무대에 첫 발을 내딛습니다. 첫 경기의 상대인 Dilson Filho는 Silva보다 23Kg이나 더 무거운 선수였지만 그는 체중 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송곳 같은 펀치를 상대에게 작렬시키며 데뷔전을 화끈한 KO 승으로 장식합니다. Marcelao라는 선수와의 두 번째 경기에서도 Silva는 모국의 Vale Tudo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는데요, 상대를 잡아 링 사이드 쪽으로 쓰러뜨린 후 무차별적인 킥과 펀치를 쏟아 부어 링 줄 바깥으로 떨어뜨려 버렸고, 결국 떨어지면서 오른쪽 어깨에 심한 충격을 받은 Marcela는 기권을 하고 만 것이지요. 지금의 PRIDE 같으면야 선수의 신체 일부라도 링 줄 바깥으로 나올라 치면 부심이 이미 선수를 링 안으로 밀어 넣고 있는 상황이 연출되지만, 브라질에서 열리는 대부분의 Vale Tudo 경기에서는 이런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곤 합니다. Vale Tudo의 의미가 “뭐든지 된다!” 이니까요. ^^

BVF에서 2승을 거둔 후 참가한 IVC(International Vale Tudo Championship)에서도 Silva는 기회를 잡으면 결코 틈을 주지 않는 빠른 펀치 러쉬를 보여 주며 승수를 쌓아 나갑니다. 비록 Artur Mariano와의 경기에서는 눈 윗부분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하며 Cut에 의한 TKO 패를 당하기도 했지만 매 경기에서 그는 자신의 가능성을 보여 주며 브라질의 Vale Tudo 팬들을 열광시켰습니다. 특히 Mike Van Arsdale과의 경기에서 자신의 펀치에 데미지를 입고 달아나는 상대를 쫓아가며 무자비하게 패고 밟는 장면은 오히려 곤도에게 사커 킥을 날리던 요즘의 모습이 점잖게 느껴질 정도로 강렬한 느낌이었습니다.



1998년 10월 16일, UFC가 브라질의 상 파울로 시에서 열리게 됩니다. 이름하여 UFC Brazil - Ultimate Brazil. 이 대회는 Pedro Rizzo, Tank Abbott, Frank Shamrock 같은 스타들이 참가해서 관심이 모아진 대회였는데요, 당시 Randy Couture에게 1패를 당했긴 했지만 잘 생긴 외모와 뛰어난 타격으로 UFC의 새로운 별로 떠오르고 있는 젊은 격투가 Vitor Belfort 역시 이 대회에서 경기를 치르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의 대전 상대가 바로 Wanderlei Silva!! Silva의 입장에서 이 경기는 UFC라는 메이저 무대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은 것이었지요. 과연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경기를 한번 보자구요. ^^

1. 경기 시작 ~ 37초 : 가벼운 움직임으로 탐색을 펼치는 두 선수
2. 37 ~ 38초 : 먼저 잽을 던지며 달려드는 Silva. 그러나 Vitor가 뒤로 한발 물러서며 거리를 벌리자 순간적으로 뻘쭘해 하며 멈칫함
3. 38 ~ 41초 : 상대의 멈칫하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반격을 시도하는 Vitor. Silva는 뒤로 물러서며 Vitor의 펀치를 피해 보려 하지만 틈을 주지 않고 밀어 붙이며 펀치를 날리는 Vitor의 공격에 옥타곤까지 밀려난 채 쓰러지고 맘. 3초간 Vitor가 날린 펀치는 무려 18발. Wow!
4. 41 ~ 42초 : 레프리 “Big” John Mccarthy에 의해 경기 중단. Silva는 부시시 일어나 “나 안 아퍼. 괜찮어.” 때를 써 보지만 사실은 이미 의식을 잃고 쓰러지고 있는 중이었음.

그렇습니다. 기관총과도 같은 Vitor의 불꽃 펀치가 Silva의 안면에 연발 명중되면서 경기는 불과 42 만에 KO로 끝났던 거지요. 하지만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리고자 했던 당초 Silva의 계획은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이 경기는 UFC의 관계자들과 팬들의 뇌리에 확실하게 각인되었고, 그로 인해 비록 패자이긴 하지만 Wanderlei Silva라는 이름 또한 기억하기 시작했으니까 말이지요. 뭐 꼭 이겨야 맛인가요? KO를 당하고도 유명해질 수 있었으니 Silva로서는 남는 장사가 아니었을까 싶네요. ^^



비토 전 패배 이후 IVC로 돌아와 Eugene Jackson을 마운트 펀치로 KO 시키고 챔피언의 자리에 오른 Silva는 1999년 9월 12일 요코하마 아레나에서 열린 PRIDE 7에 출장하여 Carl Malenko를 상대로 판정승을 거두면서 성공적으로 PRIDE에 입성합니다. 마쓰이 다이지로, Bob Schrijber 등을 상대로 계속 승수를 쌓으며 PRIDE 무대에서 성공의 가능성을 보여 주던 Silva는 2000년 4월 14일 일본의 도쿄에서 열린 UFC 25에 출전, 전 대회에서 Frank Shamrock에게 패배하고 와신상담 중이던 “Bad Boy” Tito Ortiz와 일전을 펼치게 됩니다. 파워 레슬러 vs 무에타이 타격가의 대결로 승부를 점치기 힘들었던 이 경기는 Tito의 강력함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경기였는데요, 경기 내내 Silva는 연타를 날려 보기도 못하고 번번히 붙잡혀 테이크다운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그라운드 컨트롤이 뛰어난 Tito의 “일명 개비기”를 빠져 나오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지요. 3라운드 한때 오른손 훅을 적중시키며 경기를 뒤집는가 싶기도 했지만, 등을 보이고 도망 치며 회복할 시간을 버는 Tito의 노련함에 Silva로서는 아까운 찬스를 놓치고 맙니다. 결국 5라운드 5분의 시간이 모두 지나자 심판들은 포인트 면에서 차곡차곡 앞서 나간 Tito의 손을 들어 주었고, Silva는 세 번째 패배를 맛보게 되었습니다. 옥타곤은 이래저래 Silva의 경기 스타일과는 궁합이 맞지 않는 모양입니다. 물론 반대로 Tito에게는 옥타곤 만한 戰場이 없겠지요. 이후에 Silva는 이 경기에 대하여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이 경기는 내가 그를 두들겨 팰 것이냐, 아니면 그가 나를 넘어뜨릴 것이냐에 그 승부가 달린 경기였다. 경기 내내 그는 나를 테이크다운 시키며, 탑 포지션을 유지했고 결국 그의 작전이 먹힌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 때보다는 훨씬 더 강력한 그래플러가 되었기 때문에 다시 그와 경기한다고 해도 그 때와 같은 결과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현재의 그는 UFC 챔피언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다시 벨트를 찾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결국 나와 다시 싸워야 할 것이다. 그 때 링 안에서 나의 진가를 보여 주겠다.”



PRIDE의 사각 링으로 돌아온 Silva는 엄청난 훈련 량을 소화해 내며 일취월장한 기량을 보여 줍니다. 스즈키 미노루, 곤도 유키, 후나키 마사카츠 등의 일본 최고의 격투가들과 Semmy Shilt와 Tito Ortiz 마저 꺾은 적이 있는 Lion’s Den의 에이스 Guy Mezger와의 경기에서 1라운드 3분 45초만에 라이트 훅으로 호쾌한 KO 승을 거두게 되면서부터 PRIDE 미들급 최강자 자리를 향한 본격적인 고공비행을 시작하게 되는데요, 오른쪽 눈에서 붉은 피를 흘리면서도 웃으면서 상대를 쓰러뜨리는 Silva의 모습은 흡사 악귀와도 같은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또한 2000년 12월 9일에 열린 PRIDE 12 ? Cold Fury에서 Dan Henderson과의 경기도 잊을 수 없는 치열한 명승부로 손꼽히지요. 매서운 펀치를 주고 받으며 테이크다운 공방이 치열하던 1라운드, Henderson의 오른손 훅을 안면에 허용해 Silva는 왼쪽 이마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합니다. 과도한 출혈로 상처부위가 부어올라 왼쪽 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감긴 상황이었으나 그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계속되는 Henderson의 태클 시도를 방어하며 무릎 공격으로 반격을 시도하는 Silva의 모습에는 승리에 대한 열망과 투지가 넘쳐 흘렀고, 결국 초반의 불리함을 이겨내고 엄청난 체력을 앞세워 경기를 역전시키는 모습에 팬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냅니다. 후에 Silva는 자신이 치러온 중 가장 어려웠던 경기로 바로 이 Dan Henderson과의 혈전을 손꼽는데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하긴 어떤 선수가 또 Silva의 얼굴을 그렇게 엉망으로 망가뜨릴 수 있을까요? ^^



Henderson과의 경기에서 승리한 Silva는 당시 PRIDE 메인 경기를 독차지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던 사쿠라바 카즈시와 시합하게 됩니다. 이전부터 사쿠라바와의 대전을 성사시켜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Silva 였기에 그 시합에 임하는 의욕이 대단했지요. 그레이시 일가를 차례로 깨뜨리며 일본 격투 팬들의 우상으로 군림했던 사쿠라바에게도 당시 Silva의 파이팅 스타일은 상당히 부담스러웠을 것임에 분명합니다. 경기 전 인터뷰에서 Silva는 “사쿠라바는 최고의 선수지만, 난 평소와 다름없이 훈련했을 뿐 특별히 준비하거나 한 것은 없다. 그가 수많은 브라질 선수를 이겼다고 해도 링 안에서의 승부는 알 수 없는 것이다. 그저 사나이와 사나이가 싸우는 것일 뿐.” 이라고 말하며 경기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지요. 그리고 그가 그 자신감을 증명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공이 울리자마자, 그라운드에서 서브미션으로 Silva의 빈 틈을 끈질기게 파고 들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사쿠라바는 타격으로 맞섭니다. 처음에는 오른손 훅을 Silva의 턱에 적중시키며 기세를 올리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로 Silva와 타격전을 선택한 것은 분명 어리석은 선택이었습니다. Silva에게 좌우연타를 허용하며 목을 잡힌 상태에서 연속적인 무릎 공격에 충격을 받은 사쿠라바는 그제서야 바닥에 엎드린 채로 Silva의 다리를 붙잡아 그라운드 상태로 유도하려 하지만, 오히려 Silva의 사커 킥에 데미지만 입게 되었고, 결국 아무런 저항도 못 하고 바닥에 엎드린 사쿠라바의 머리 쪽으로 계속 둔탁한 소리를 내며 Silva의 무릎이 꽂히자 시마다 레프리는 경기 중단을 선언합니다. 그 시점이 1라운드 1분 38초였으니, Royce Gracie에게는 90분간 혈투를 벌인 끝에 타월을 받아 낸 사쿠라바가 Silva와의 경기에서는 불과 100초도 못 버틴 셈이군요. ^^;;



사쿠라바의 패배를 쉽게 인정할 수 없었던 일본인들은 PRIDE 17에서 PRIDE 미들급 챔피언 타이틀을 놓고 두 선수의 재 대결을 추진합니다만 Silva의 타격 앞에 사쿠라바는 1라운드 10분이 지나자 더 이상 경기를 치를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말았고, 결국 닥터 스탑에 의한 Silva의 TKO 승이 선언되었습니다. 이 경기에서 승리함으로써 Silva는 종합격투기 무대에 뛰어든 지 5년 만에 PRIDE라는 메이저 대회에서 초대 미들급 챔피언에 등극하는 기쁨을 누리게 됩니다. 이 때부터 자신들이 “Pride of PRIDE”로 여겼던 사쿠라바에게 두 번씩이나 치욕적인 패배를 선사한 Silva를 향한 일본인들의 복수심은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고, 그 뒤로 Silva vs 일본 격투가의 매치가 끊임없이 이어지게 되지요. 그러나 복수의 총대를 매고 Silva에게 도전한 오야마 슌고, 알렉산더 오츠카, 타무라 키요시, 이와사키 타츠야, 카네하라 히로미츠, 그리고 미노와 이쿠히사 까지 수많은 일본 격투가들 모두 KO로 Silva의 발 아래 무릎을 꿇게 되었고, 최근에는 최후의 도전자로 지명된 곤도 유키마저 Silva의 스텀핑 킥에 실신함으로 인해서 오랫동안 시도했던 “니혼진의 Silva 잡기”는 일단 실패로 돌아간 것 같습니다. ^^



PRIDE 미들급 챔피언 Wanderlei Silva는 “언젠가는 헤비급으로 체급을 올려 타이틀에 도전하겠다.” 라고 종종 이야기 합니다. 아무리 미들급에서 적수가 없다는 그일지라도 Fedor, Nogueira, Mirko, Khairtonov, Herring 등 최고의 파이터들이 즐비한 헤비급의 왕좌를 운운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만, 실제로 그는 현재 헤비급 Big 3로 불리는 Mirko Filipovic와 경기를 치러본 경험이 있습니다. 2002년 4월 28일 PRIDE 20 ? Armed and Ready 대회에서였는데요, 당시 Crocop은 체중을 조금 낮추고, 반대로 Silva는 97Kg까지 증량을 해서 비슷하게 체급을 맞춘 상태에서 치러진 스페셜 매치였습니다. “K-1 vs PRIDE”의 성격을 띠고 있던 이 경기는 애초에 3라운드까지 승부가 나지 않으면 별도의 판정을 하지 않기로 합의가 된 상태였기 때문에 결과는 무승부로 났지만, 경기 내용에 있어서는 Silva가 다소 우세하지 않았나 하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선제 공격은 주로 Silva의 몫이었고 그라운드 상태에서 탑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주로 Silva였으니까요. 반면 Crocop은 들어오는 상대를 맞받아치는 작전으로 나갔는데 Silva의 갈비뼈에 강력한 미들킥 한방을 성공시킨 것 말고는 이렇다 할 공격을 펼치지 못했지요. 물론 당시의 Crocop이 지금만큼 MMA 스타일에 적응된 상태가 아니었다는 점은 인정하더라도, 자신보다 무거운 일류 타격가를 맞아 Silva가 보여준 능력은 “일본 선수들만을 상대로 승수를 챙기고 있으며 그의 명성은 과장되었을 수도 있다” 라는 수군거림을 깊숙이 잠재워 버리기에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PRIDE 무대에서 많은 일본선수들을 제물로 무패의 행진을 거듭해 오던 Silva에게 사쿠라바가 세 번째 도전장을 내민 것은 바로 작년에 열렸던 PRIDE 미들급 그랑프리 8강전에서였습니다. 사실 이미 미들급 챔피언이었던 Silva의 입장에서는 굳이 토너먼트의 변수가 많이 개입되는 그랑프리에 참가해서 어렵게 쌓은 최강의 명성에 흠집을 낼 이유는 없었지만, 그는 “내가 제일 강하니까” 라는 짧은 이유로 참전을 결정했고 8강전의 첫 번째 상대가 바로 이전에 이미 두 번이나 KO로 이겼던 사쿠라바 카즈시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Silva는 또 다시 타격으로 부딪혀 오는 사쿠라바에게 강력한 카운터 펀치를 선사하며 세 번째 패배를 안겨줍니다. 사쿠라바가 서브미션으로 승부를 보려 하지 않고 성급하게 타격전을 시도한 이유는 Silva 같이 뛰어난 타격가들이 반드시 갖추고 있는 요소 중 한가지가 바로 테이크다운 디펜스 능력이고 웬만큼 빠르고 강력한 태클이 아니면 절대로 넘어뜨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선 타격전을 통해서 Silva의 경계심을 흐트러뜨린 뒤 테이크다운을 성공시켜 그라운드에서 승부하자는 작전을 펼쳤으나 미처 테이크다운을 시도할 틈도 없이 Silva의 타격에 당하고 만 것이지요.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몰아 붙이는 펀치 앞에 “IQ 레슬러”란 사쿠라바의 닉네임도 빛이 바래고 말았습니다.

8강에서 사쿠라바를 이긴 Silva의 4강 상대는 일본의 요시다 히데히코 였습니다. 이 유도 영웅은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는 복싱 실력으로도 한치의 두려움 없이 Silva와 타격전을 시도했고, 그라운드에서도 도복을 이용한 쵸크 등을 시도하며 경기 초반을 잘 운영해 나갔습니다만 2라운드부터 펀치를 많이 허용하며 경기의 흐름을 Silva에게 내어 줍니다. Silva는 테이크다운을 당한 상황에 처해서도 상대의 파운딩과 가드 스윕 시도를 잘 방어해 내며 주짓수 브라운벨트다운 그라운드 컨트롤을 보여 주었고 더 높은 적중률의 타격을 보여 주며 결국 3:0 심판 전원 일치의 판정승을 거두게 되었습니다.

대망의 그랑프리 결승전에서 Silva를 기다리고 있던 선수는 4강에서 Ice Man을 꺾은 Quinton Jackson이었습니다. 이전부터 링 밖에서 마이크어필이나 인터뷰 등을 통해 자신을 자극하며 신경전을 벌여온 Quinton과의 경기였기에 Silva가 날리는 펀치와 킥에는 감정이 많이 실려 있었지요. 1라운드 초반에는 앞선 파워를 앞세워 Quinton이 몇 번의 좋은 흐름을 이어가지만 순간적으로 Silva의 왼발 하이킥이 적중되며 경기는 급격하게 반전됩니다. 충격을 받은 Quinton의 목을 잡고 특기인 무릎 치기를 시도하는 Silva! 비틀대다 쓰러진 Quinton에게 쏟아진 건 바로 Silva의 필살 피니쉬 기술인 사커 킥과 무릎 치기였습니다. 결국 주심은 경기를 중단시켰고 2003 PRIDE 미들급 GP의 챔피언이 Wanderlei Silva로 결정되는 순간이었습니다.



Silva는 올 2004년도에 들어 두 번의 승리를 추가하였습니다. 미노와 이쿠히사를 KO로 눕힌 것이 첫 번째 승리였으며, 곤도 유키를 실신시킨 것이 두 번째 승리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오는 10월 31일 사이타마 아레나에서 열리는 PRIDE 28 ? High Octane 에서 Quinton Jackson과의 타이틀 방어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지난 미들급 GP 결승전은 토너먼트였기 때문에 “지친 Silva가 지친 Quinton을 이긴 것”뿐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밑에 깔려 허우적대는 Silva를 시마다가 일으켜 세우지 않았다면 Quinton의 승리였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말들은 Silva의 자존심에 굉장히 큰 상처를 입히는 것임에 분명하지요. 엄청난 연습벌레로 알려져 있는 Silva가 이런 루머들을 모두 잠재우고 자신이 진짜 챔피언임을 증명하기 위해서 지금 이 시간에도 얼마나 많은 땀을 흘리고 있을지 쉽게 상상할 수 있겠지요? 게다가 “나는 하나님을 믿지만, 그를 보고서는 인간이 원숭이에서 진화했다는 학설을 인정할 뻔 했다.”는 Quinton의 외모 비하 발언은 이미 CF 스타가 된 Silva의 심기를 크게 건드려 놓았으니까요. ^^



Tito와의 경기에서도 그러했듯이 힘을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 나가는 파워 레슬러와의 경기에서 유독 Silva는 고전을 면치 못했고, 동급최강의 파워를 보유한 Quinton이기에 이번 경기는 그에게 매우 힘든 싸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비록 이번 경기에서 Quinton을 이기고 챔피언 타이틀을 지켜낸다고 해도 앞으로도 Arona와 같은 수많은 강자들의 도전이 줄기차게 이어질 것이구요. 결국 승승장구하던 그도 언젠가는 왕좌에서 내려오게 되겠지만 중요한 것은 Wanderlei Silva라는 사나이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늘 지나치게 자신감 있는 말을 하고 무자비하게 상대를 짓밟는 모습 때문에 Silva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이라도 매 경기에서 정말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파이팅을 눈 여겨 보시게 된다면 진정한 격투가로서의 Silva의 매력을 찾으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늘 적극적인 공격으로 터프하고 어그레시브한 경기를 팬들에게 보여 주는 Wanderlei Silva야말로 ‘상대를 쓰러뜨리지 못 하면 자신이 쓰러지고 마는’ 링의 비정함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선수가 아닐까요? Wandy의 전성시대는 이제부터입니다!


이민우 기자 (minu@naraesys.co.kr)

출처 : 쌈박질클럽(S.C)
글쓴이 : 가즈시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