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A

[스크랩] 11월의 파이터 - Randy Couture

고요한하늘... 2005. 3. 31. 23:18

“UFC의 Living Legend” Randy Couture!




안녕하세요. MFIGHT의 이민우 기자 입니다.


지난 PRIDE 28의 메인 이벤트는 Wanderlei Silva와 Quinton Jackson의 미들급 타이틀 매치였지요? 결과는 Silva의 무릎공격에 의한 완벽한 KO 승이었구요. Silva는 이 경기에서 승리함으로써 PRIDE 미들급 챔피언으로서의 위치를 한층 더 공고히 했으며, PRIDE 미들급에서는 자신이 비교불가의 독보적인 존재임을 각인 시켰습니다. 그럼으로 인해 오히려 팬들의 관심은 PRIDE와 UFC의 통합 타이틀 매치에 더욱 쏠리게 되었는데요, 그 시기와 장소를 놓고 설왕설래 말도 많은 이 경기가 과연 내년에는 열릴 수 있을지 무척 기대가 됩니다. MMA를 대표하는 양 단체의 미들급(라이트 헤비급) 챔피언인 Wanderlei Silva와 Randy Couture가 통합 챔피언 벨트를 놓고 싸우는 모습! 정말 상상만 해도 가슴 설레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자, 그럼 UFC의 Randy Couture는 누구인가요? 파이터로서 환갑을 넘긴 42살의 이 사나이는 도대체 어떤 격투가이길래 무지막지한 도끼 살인마 Silva와 자웅을 겨룰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건가요? 조~~금 궁금하시죠? ^^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MFIGHT가 11월에 준비한 야심작! UFC의 라이트 헤비급 챔피언 ‘살아 있는 전설’ Randy “the Natural” Couture!

Name Randy Couture


Nick Name The Natural
Record 13 - 6 - 0 (Win - Loss - Draw)
Association Team Quest
Height 6'1 (185cm)
Weight 205lbs (93kg)
Style Greco-Roman Wrestling
Birth Date 06/22/63
City Corvallis
State Oregon
Country USA



사실 UFC 라이트 헤비급을 논하자면 Randy Couture를 빼 놓고서는 도저히 이야기가 안 되는 것이 사실이지요. 그만큼 실력도 뛰어나고 모든 선수들조차 존경해 마지 않는 훌륭한 인격까지 갖춘 모범적인 선수입니다.

Randy Couture는 1963년 6월 22일 워싱턴 북서부에 위치한 에버렛(Everett)이란 곳에서 태어났습니다. 별로 튀지 않던 아이였던 그가 레슬링을 처음 접하게 된 때는 열 살 때였는데요, Randy의 단짝 친구의 동생이 Randy와 자신의 형을 ‘초보 레슬링 토너먼트’ 대회에 데리고 간 것이지요. 반 강제로 대회에 참가하게 된 소년 Randy는 경기 중 코피가 터질 정도로 용을 쓴 끝에 5등이란 좋은 성적을 기록했고, 그 때를 계기로 레슬링에 관심을 가지게 된 그는 열심히 훈련에 매진한 결과, 열 여덟 살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해에 이미 미국 내 최고의 그레코로망 레슬러 중 한명이 되어있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Randy는 군에 입대하게 됩니다. 1982년부터 1988년까지 6년을 복무하는 동안 그는 군대에서 의례 행해지는 규칙적이고 적당한 훈련에 만족하지 않고, 더 강한 육체적 훈련을 위해 복싱 트레이닝을 신청합니다. 비록 3~4주간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복싱을 배우는 일은 그에게 있어서 색다른 즐거움이었으며, 단순한 조깅이나 웨이트 운동 등을 통해서는 절대로 느끼지 못할 엄청난 아드레날린의 분비를 경험했다고 말합니다. 사실 Randy는 고등학교 때부터 복싱을 배우고 싶어했는데, 그의 어머니가 아들이 ‘얻어 터지고 다니는 꼴’은 절대 못 본다고 너무나 강하게 반대하는 탓에 결국 배우는 것을 포기했다고 하지요. 물론 그 이후 Randy는 계속해서 복싱을 수련함으로써 지금은 MMA에 적합한 자기만의 복싱 스타일을 개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군복무를 마친 Randy는 오클라호마 주립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고 그 곳에서 Don Frye를 만나게 됩니다. 그들은 다른 누구보다도 레슬링을 사랑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기에 이내 절친한 사이가 되었지요. 두 사람 모두 이미 결혼한 남자였다는 점도 둘 사이에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시키는 데 큰 몫을 했을 겁니다. 유부남들끼리는 통하는 무언가가 있거든요. ^^

Randy와 Don은 개인적으로는 그렇게나 친한 선후배였지만, 결국에는 ‘National Wrestling Tournament’에 나가기 위해서는 서로 싸워 이겨야 하는 경쟁자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원래 Don은 헤비급으로 경기에 참가했었는데, 후에 Randy가 속해있는 190 파운드 급으로 체중을 감량했기 때문에 둘의 경쟁은 불가피한 것이었지요.

Randy는 그 때 당시를 이렇게 회상합니다. “난 결국 그를 이겨야만 했지요. 그건 죽이지 않으면 죽는 것과 같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었어요. Don 역시도 이런 냉정한 상황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Conference 챔피언이 되기 위해서 체급을 내린 것이지만, 전 절대로 제 자리를 양보할 수가 없었고, 결국 승리한 것은 저였습니다.”

이후 Randy의 레슬링 커리어는 점점 더 쌓여갑니다. 그는 국가 대표에 네 번이나 선발되었으며 팬 아메리카 대회 우승, 그레코로망 미국 선수권 4회 우승, 전미 대학대회 3회 우승 등의 뛰어난 성적을 거두며 아마추어 레슬러로서 화려한 경력을 쌓아갔습니다.

그러나 아마추어 레슬러로서의 생활은 연습에만 전념할 만큼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의 Randy로서는 운동을 그만두고 나서의 생활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을 해봐야 되는 시점이 다가온 것이지요. 오레곤 주립 대학교(Oregon State University)에서 레슬링 코치로 재직하고 있던 그 때 Randy는 여전히 친한 친구였던 Don Frye의 UFC 8 참전을 지켜보게 됩니다. 토너먼트에서 Gary Goodridge 등의 3명의 상대를 연속해서 꺾으며 종합격투가로서 주목 받기 시작한 Don Frye을 보며 그는 마침내 생각합니다. “그래, 나도 해 보는 거야!”

그리고 9개월 후인 1997년 5월 30일, Randy는 UFC13 헤비급 토너먼트에 참가해 195Cm의 키에 136Kg의 거인 Tony “The Viking” Halme와 MMA 데뷔전을 치르게 됩니다.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총알같이 튀어나가 더블 렉 테이크다운을 성공시킨 Randy는 니 온 밸리 포지션에서 강력한 파운딩 펀치를 날리다가, 견디지 못한 상대가 몸을 돌리자 번개같이 백 포지션을 잡고 리어 네이키드 쵸크를 성공시키면서 데뷔전을 멋지게 승리로 장식합니다. 이어 벌어진 헤비급 결승전에서 역시 거구의 Steven Graham을 상대로 자유자재의 그라운드 컨트롤을 보여주며 파운딩 펀치에 의한 레프리 스탑 선언을 이끌어내 UFC13 헤비급 토너먼트 챔피언 벨트를 거머쥡니다. 그리 크지 않은 Randy가 엄청난 체격의 거구들을 상대로 그라운드에서 가지고 놀다시피 컨트롤하며 가볍게 승리를 거두는 모습을 지켜 본 UFC의 팬들은 그레코로망 레슬링 챔피언의 위용이 헛된 것이 아니었음을 느끼며 Randy Couture라는 이름에 주목하기 시작합니다.

Randy의 실력을 인정한 Zuffa사는 Tank Abbott을 머신 건 펀치로 침몰 시킨 것을 포함하여 UFC 4연승을 구가하던 Vitor “The Phenom” Belfort와의 경기를 UFC15에서 성사시킵니다. 대회 한 달 전, Randy는 폴란드에서 열린 ‘국제 그레코로망 레슬링 선수권 대회’에 참가하느라 연습 또한 부족한 터였으니 많은 전문가들은 Vitor의 승리를 낙관하는 분위기였습니다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전혀 그렇지가 못했습니다.

경기가 시작된 지 3분 정도가 경과되자 Randy는 슬슬 자신의 페이스로 Vitor를 끌어 들입니다. 전광석화 같은 태클로 Vitor를 넘어뜨린 후, 강력한 그라운드 컨트롤로 경기를 지배하기 시작한 것이죠. 탑 포지션에서 허리를 세운 채 퍼부어대는 파운딩 펀치와 클린치 상태에서 목을 잡고 어퍼를 올려 치는 일명 ‘더티 복싱’에 Vitor는 서서히 무너져내려 결국에는 철장에 기댄 채 쓰러지고 말았고, Randy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마운트 펀치를 날려대어 TKO 승을 거두게 됩니다. 관중들은 “USA! USA!”를 연호하며 새로운 자국 스타의 탄생을 기뻐했고, 브라질의 젊은 격투가는 훗날을 기약하며 쓸쓸히 경기장을 빠져 나갑니다. Randy와 Vitor의 인연, 아니 악연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로버트 레드포드가 주연한 유명한 야구영화 “Natural”과 같이 Randy의 닉네임 역시 “the Natural”입니다. 그러나 그의 닉네임은 영화와 같이 포장되고 꾸며진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엘리트 체육인으로서 쌓아온 레슬링 베이스에 복싱, 주짓수 등의 기술들을 ‘자연스럽게’ 혼합 시켜 자신만의 스타일로 승화시킬 수 있는 그의 능력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어찌 보면 ‘Natural’이야말로 Randy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Vitor를 무너뜨린 Randy는 그리고 두 달 후 일본 요코하마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싣습니다. Mark Coleman과 Tank Abbott을 연파하고 UFC 헤비급 챔피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월드 베스트 킥복서 Maurice Smith에게 도전장을 낸 것이지요. 검은색의 긴 쫄쫄이를 입고 옥타곤에 등장한 Randy의 얼굴에는 긴장감과 기대감이 동시에 서려 있었습니다.

상대가 뛰어난 타격가인지라 커버를 확실히 올려 안면을 감싼 채 경기를 펼치던 Randy는 몇 차례 로우킥을 허용하면서도 상대가 자신의 태클 범위에 들어오는 그 순간을 꾹 참고 기다리는 인내심을 보여줍니다. 결국 기회를 놓치지 않고 Maurice를 넘어뜨리는데 성공한 Randy는 그라운드의 대마왕답게 탑 포지션을 놓치지 않은 채 경기를 지배해 나갔고, 큰 공방상황은 없었지만 차곡차곡 포인트를 쌓으면서 판정승을 거둬, 새로운 UFC 헤비급 챔피언에 등극합니다. 다소 지루한 경기였지만 상대방 선수가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그래플러의 진정한 무서움이란 것을 제대로 보여준 경기라 할 수 있겠습니다.

Randy는 Maurice Smith와 시합한 인연으로 친분을 쌓게 되어 시애틀로 날아가 그와 함께 킥복싱을 트레이닝하면서 그의 내추럴한 베이스에 무릎 공격이라는 더욱 강력한 무기를 장착하기도 하였습니다.

1997년 12월 21일 UFC Japan에서 Maurice Smith와 경기를 치른 Randy는 그로부터 3년 동안 일본 종합격투기 무대에서 4번의 경기를 가져 2승 2패의 그리 좋지 않은 성적을 거두게 됩니다. Vale Tudo Japan 1998의 메인 이벤트로 열린 엔센 이노우에와의 경기에서 그는 리버스 암바를 완벽하게 허용하며 생애 첫 번째 탭 아웃 패배를 기록하게 되었고, 그 이듬해인 1999년 3월에 열린 Rings에서도 Mikhail Illoukhine에게 스탠딩 기무라를 허용하며 2연패를 기록합니다. 물론 그 이후 Rings King of Kings 2000에서 Jeremy Horn과 류지 야나기사와를 연달아 꺾으며 체면을 세우긴 했지만, 사각의 링에서의 Randy는 옥타곤에서만큼 강력하지는 못했습니다.

결국 Randy는 UFC로 다시 복귀하게 되고, 돌아온 후 그의 첫 상대는 바로 ‘Monster’ Kevin Randleman이었습니다. Randy가 Rings로 떠난 후 반납되었던 헤비급 챔피언 벨트는 Bas Rutten을 거쳐 Kevin Randleman이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이 경기는 챔피언 Randleman에게 Randy가 도전하는 타이틀 매치였으며 파워 레슬러를 대표하는 두 단체, 팀 퀘스트와 해머 하우스의 대결이라는 점에서도 무척 흥미로웠던 경기였습니다.

두 레슬러들의 경기는 힘과 힘이 맞부딪히는 양상으로 전개되었습니다. 파워에서 다소 밀리는 Randy는 Randleman에게 탑 포지션을 빼앗긴 채 2라운드가 종료되는 시점까지 리드 당하고 있었으나 3라운드에서 극적으로 경기를 역전시키는데 성공합니다. 클린치 상태에서 다리를 걸어 상대를 넘어뜨린 Randy는 빼앗겼던 포인트를 만회하고자 적극적으로 파운딩을 시도하였고, 강력한 팔꿈치 공격을 수 차례 상대의 안면에 적중 시키면서 더욱더 기세를 올립니다. 오른쪽 눈 밑이 찢어져 얼굴 전체가 붉은 피로 뒤덮인 Randleman은 결국 풀 마운트 포지션을 허용하면서 더 이상 버티기 힘들 정도로 가격을 당하게 되었고, 레프리는 즉시 경기를 중단시켰습니다. 단 한번의 찬스를 제대로 살려 경기를 역전시킨 Randy의 집중력이 빛난 순간이었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 Randleman은 Randy의 손을 번쩍 치켜들고 그의 허리춤에 직접 벨트를 채워주는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하며 많은 박수를 받았습니다.

UFC 헤비급 챔피언으로 재 등극한 Randy는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Rings King of Kings 2000 결선에 참가해, 4강에서 코사카 츠요시를 판정으로 누르고 결승에 진출했으나 Valentijn Overeem (Alistair Overeem의 형)에게 길로틴 쵸크로 패배하면서 우승을 차지하는 데에는 실패하고 맙니다.

2001년 5월 4일 UFC 31에서 Randy는 타이틀 방어전을 치르게 되는데, 도전자는 바로 Pedro “the Rock” Rizzo였습니다. ‘길거리 싸움의 제왕’으로 불리는 Marco Raus의 수제자이며 UFC를 대표하는 스트라이커 중 한 명으로서 Dan Savern과 Josh Barnett을 연파하며 한껏 기세가 올라있던 Rizzo를 상대로, Randy는 무척이나 어려운 경기를 펼쳤습니다. 1라운드에서는 그라운드 & 파운딩 작전이 잘 먹혀 들며 산뜻한 출발을 보이는가 했으나 2라운드부터 Rizzo의 강력한 로우킥에 체력이 저하되기 시작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한 채 경기를 끝마치게 된 것이지요. 그러나 판정은 의외로 Randy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승자가 된 Randy조차도 다소 의외라는 표정을 언뜻 지었으니 패자가 된 Rizzo 입장에서는 절대 승복할 수 없는 결과였음은 말할 나위 없겠지요. 미국의 텃세에 밀려 패배했다고 생각한 Rizzo는 “누가 진정한 승자인지는 나도 알고, 그도 알 것이다.”라고 말하며 재경기를 요청했고, 결국 6개월 후 UFC34에서 재경기가 열리게 됩니다.

마이크웍에 능숙하지 않은 Randy는 전 경기의 결과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별다른 이야기 없이 오직 ‘실력으로 보여 주겠다’는 일념 하에 6개월 동안 열심히 구슬땀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2001년 11월 2일 UFC34에서 열린 Rizzo와의 재경기에서 완벽하게 상대를 압도하는 경기를 보여 줌으로써 UFC 헤비급 최강은 여전히 자신이라는 것을 증명해 냅니다. Rizzo의 로우킥을 사전에 완벽히 차단하면서 경기를 리드하던 Randy는 팔꿈치와 주먹을 적절히 섞은 강력한 파운딩으로 ‘가랑비에 옷 젖듯’ 상대에게 데미지를 쌓아 나갔고, 결국 3라운드에서 오른속 훅 작렬에 이은 풀 마운트 포지션에서의 무차별 펀치로 레프리 스탑을 이끌어 내었습니다. 그리고 Randy는 “God bless America!”를 외치며 “USA”를 연호하는 팬들의 응원에 화답하는 모습을 보였지요. 역시 UFC는 Made in USA임에 틀림없었습니다. ^^

Rizzo 다음으로 Randy에게 도전한 선수는 바로 “The Babyface Assassin” Josh Barnett이었습니다. “童顔의 암살자”라는 재미있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Josh는 얼마 전 PRIDE28에서 Crocop에게 당한 패배를 포함해도 통산 15승 2패의 좋은 전적을 기록하고 있는 실력자입니다. 이 경기 전 Randy는 Chuck Liddell의 그래플링 트레이너로 앞서 소개 드린 바 있는 John Lewis와 특훈을 하는 등 벨트를 지켜내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고, 당시 UFC의 팬들 역시 69:31의 확률로 Randy의 우세를 예상했었습니다. 그러나 이변은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었으니...

경기 시작 직후 여느 때처럼 Randy는 상대를 그라운드로 몰고 가 파운딩을 시도합니다만, Josh는 가만히 누워서 당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니 바를 시도하는 척하며 이스케이프에 성공하는 Josh의 움직임은 그가 이전까지 Randy가 상대해 온 선수들과는 차원이 틀린 그래플러임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경기는 Randy의 한 순간 실수에 의해 결정되고 말았는데, 무리하게 가드를 패스하려다 오히려 Josh에게 탑 포지션을 빼앗긴 것이었습니다. 상대적으로 더 무거운 Josh는 자신에게 온 한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체중실린 펀치와 팔굽 공격을 고스란히 Randy의 안면에 적중 시켰고, 결국 2라운드 종료 30초를 남기고 레프리는 경기 중단을 선언합니다. 승리에 도취한 Josh는 유명한 MMA 사진작가 스스무 나가오의 사진기 앞에서 특유의 목을 긋는 세레모니를 선보였고, 오랜 기간 Randy의 허리춤에 간직되었던 UFC 헤비급 챔피언 벨트는 이제 새로운 주인을 맞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Randy는 새로운 챔피언의 탄생을 축하하는 진심어린 표정으로 직접 Josh에게 챔피언 벨트를 채워주었습니다. 늘 그렇듯 그는 의연한 모습으로 패배를 받아 들였죠.

그러나 도핑 테스트 결과 Josh에게서는 스테로이드 양성반응이 나왔고, 이로 인해 네바다 州 체육 위원회는 Josh의 타이틀을 박탈하기에 이르렀습니다. Randy와의 경기 자체가 무효화되지는 않았지만, 타이틀을 강제로 빼앗겨 단단히 삐친 Josh는 이 일을 계기로 UFC를 떠나 일본 무대에서 활동하게 됩니다.

Josh Barnett의 타이틀 박탈로 공석이 된 UFC 헤비급 챔피언을 다시 뽑기 위해 Zuffa사가 뽑아 든 카드는 Randy Couture와 Ricco Rodriguez의 경기였습니다. 그리하여 2002년 9월 27일 벌어진 UFC39의 부제는 “The Warriors Return”. 그러나 돌아온 전사 Randy는 이 경기에서 생애 첫 벨트에 도전하는 Ricco에게 패하고 말았죠. Ricco의 강력한 타격을 수 차례에 걸쳐 고스란히 허용한 Randy의 안면은 참혹하리만치 부어 올랐고, 코 주변의 눈 뼈가 부러지면서 눈 주변의 근육에도 심각한 부상을 입은 채 더 이상 경기를 속행하지 못할 정도의 상태가 되 버리고 만 것입니다. 결국 Randy는 빼앗긴 챔피언 벨트를 탈환하는데 성공하지 못한 채 2002년을 마감하고 맙니다.

Josh에 이어 Ricco에게도 뼈아픈 연패를 당한 Randy는 41살이라는 나이에 100Kg 남짓 나가는 체중으로 더 이상 헤비급에서 버티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게 되어, 2003년 라이트 헤비급으로의 감량을 전격 단행합니다. 30년 가까이 레슬링을 트레이닝해 온 덕분에 단순히 강도 높은 훈련이 아니더라도 쉽게 감량이 가능했다고 말하는 Randy는 “제가 마흔이 넘도록 큰 부상 없이 싸울 수 있는 것은 좋은 유전자를 타고난 덕분이죠. 그것이 제게 하늘이 내려준 축복입니다.”라며 93Kg의 체중이 자신에게는 최적의 컨디션이라는 것을 감량 후에야 알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말대로 최고의 컨디션을 발휘하며 라이트 헤비급의 최강자들을 하나씩 침몰 시키기 시작합니다.

당시 라이트 헤비급 챔피언은 “헌팅턴 비치의 Bad Boy” Tito Ortiz였습니다만, 그는 잦은 부상과 영화 출연 등의 이런저런 이유로 도전권을 가지고 있던 Chuck Liddell과의 경기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Zuffa는 고심 끝에 Tito를 왕따시키고 UFC43에서 Chuck Liddell과 Randy Couture의 라이트 헤비급 챔피언 전을 치르기로 전격 결정하게 되었죠.

이 경기는 10월의 파이터로 소개되었던 Chuck Liddell 편에서 소개되었으므로 자세한 언급은 생략하기로 하겠습니다. 스탠딩에서 오히려 공세적으로 나왔던 Randy의 전략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고, 수많은 잽과 어퍼컷을 안면에 허용하며 쓰러진 Chuck에게 Randy의 소나기 마운트 펀치가 쏟아지면서 레프리는 경기 중단을 선언하게 되었지요. 오랜 기간 Tito와의 결전을 통해 챔피언 자리를 별러 왔던 Chuck으로서는 생각치 못했던 Randy에게 무릎을 꿇으며 통한의 눈물을 삼킨 경기였다 할 수 있겠죠. 만약 이 경기에서 Chuck이 승리했더라면 PRIDE 미들급 GP에 나선 것은 그가 아니라 바로 Randy였을 것입니다.

단 한 경기로서 새로운 라이트 헤비급의 챔피언의 위치에 오른 Randy. 그러나 이를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던 Tito는 “라이트 헤비급 챔피언은 여전히 나”라며 Zuffa의 결정에 강력한 이의를 제기합니다. 이에 Randy는 “난 Chuck과 싸워 이겼고, Tito는 그러지 않았다. 이봐, Tito. 벨트를 가져가고 싶다면 집에만 있지 말고 이리 나와서 가져가게.”라며 Tito의 주장이 억지라고 반론합니다. 일이 점점 복잡해지자 당황한 Zuffa는 Randy의 타이틀을 잠정(Interim) 챔피언으로 변경하여 Tito와의 진검승부를 치르도록 하였고, 이 경기는 결국 그로부터 3개월 후인 UFC44에서 열리게 되었습니다. UFC44의 부제는 “Undisputed”. 말 그대로 이 대회를 통해 “이의 없이 확실한” 챔피언을 가리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겠지요.

2003년 9월 26일, 전세계 UFC 팬들의 이목은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Mandalay Bay) 이벤트 센터에 집중됩니다. 옥타곤에 올라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기 전 “방방” 뜨며 특유의 자신감을 내보이던 Tito. 그리고 그 모습을 지긋이 바라보던 Randy. 경기 운영 스타일이 비슷한 양 선수간의 대전에서 다수의 팬들은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아마도 Tito가 Randy를 핸들링 할 것이다.’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하였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경기는 ‘시종일관 Randy가 Tito를 지배한 경기’로 진행되었습니다.

Tito는 번번히 Randy에게 테이크다운에 이은 파운딩을 허용했으며, 불리한 포지션을 극복해내지 못함으로써 철장에 눌려 신음하는 무기력한 모습만을 보인 반면, Randy는 한 수 위의 그라운드 컨트롤을 보여주며 띠 동갑 후배 Tito에게 ‘진정한 개비기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똑똑히 가르쳐 준 셈이 되었습니다. 결국 심판전원일치의 판정승을 거둠으로써 Randy는 “Undisputed Champion”에 등극했고, UFC 헤비급과 라이트 헤비급 두 체급 석권이라는 전대미문의 역사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하게 됩니다.

Chuck과 Tito를 차례로 꺾으며 UFC 라이트 헤비급 챔피언 자리에 오른 Randy. 그러나 명실상부한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꺾어야 할 선수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Vitor Belfort였습니다. 데뷔 후 세 번째 경기였던 1997년에 Randy는 이미 그를 꺾은 적이 있었지만, 그 스무 살 때부터 “천재”라 불렸던 Vitor는 이미 산전수전 다 겪어 노련함을 겸비한 격투가가 되어 있었단 말이지요. Zuffa는 라이트 헤비급의 마지막 빅 카드인 ‘Randy vs Vitor의 경기’를 2004년 1월 UFC 46에서 성사시키게 됩니다.

시합 전 그 엄청난 기대들과는 다르게 경기는 허무하게 끝이 났습니다. 경기 시작 후 49초 만에 Cut에 의한 닥터 스탑으로 Vitor의 승리가 선언된 것이지요. 불행하게도 Randy는 오픈 핑거 글러브의 꿰맨 부분에 왼쪽 눈이 긁히면서 눈꺼풀이 찢어지고 망막이 긁히는 부상을 당해 경기가 중단된 것입니다. 어쨌든 사고였다고 하더라도 결국 Vitor의 펀치에 당한 부상이므로 결과는 Vitor의 승리였고 챔피언 벨트 역시 Vitor에게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Randy는 일단 이 어이없는 패배를 받아 들이는 대신 Vitor와의 재대결을 요청하게 되었고, Zuffa는 발 빠르게 이 경기를 다시 주선하였습니다. 그리고 올해 여름(8. 21) 라스베이거스 MGM Grand 특설 링에서 두 선수는 다시 한번 맞붙게 되었습니다. 이름하여 UFC49 ? “끝나지 않은 비즈니스! (Unfinished Business)”

Randy는 Vitor의 공격을 클린치로 잘 봉쇄하며 그를 철장 아래에 가둬 버립니다. 그리고 팔굽 공격으로 조금씩 데미지를 축적 시켜 나갑니다. 보는 관중들로서는 이러한 경기 운영은 다소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지만 Vitor에게는 엄청나게 곤욕스러운 것이었습니다. 찢겨진 Vitor의 오른쪽 눈에선 출혈이 멈추지 않았고 잘 생긴 얼굴은 이내 피투성이가 되어 버려, 3라운드가 종료된 시점에서 닥터는 경기를 더 이상 재개하는 것이 불가함을 지시합니다. Randy는 가장 재미없는 경기를 했다는 팬들의 원성을 들어야 했지만 그 대가로 챔피언 벨트를 다시 찾는데 성공하였습니다. ^^

지난 10월 개최된 UFC50을 끝으로 2004년 UFC 이벤트는 모두 끝이 났습니다. 그리고 내년 2월로 예정된 UFC51에서는 ‘Vitor Belfort vs Tito Ortiz’의 또 하나의 빅 매치가 예정되어 있어, 우리를 즐겁게 합니다. UFC 라이트 헤비급의 판도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그 경기의 결과에 영향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이제 MMA 팬들의 관심은 ‘Randy의 다음 번 도전자가 누가 될 것이냐’와 ‘과연 Silva와 Randy간 통합 챔피언 매치가 성사될 수 있느냐’의 여부에 쏠려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후자에 더 큰 관심이 몰리는 이유는 물고 물리는 격투가들의 먹이 사슬의 정점에 선 두 선수의 위치가 그만큼 공고해 보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1963년 생인 Randy의 나이로 비추어 볼 때 그가 얼마나 더 오래 최고의 자리를 지켜낼 수 있느냐에 대해선 단정짓기 힘들지만, 이렇게 그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보자니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는 결코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UFC에서 통산 여섯번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고, 두 체급 석권이라는 전대미문의 역사를 이루어낸 Randy Couture! 그의 전설은 “~ing” 입니다.


이민우 기자 (minu@naraesys.co.kr)

출처 : 쌈박질클럽(S.C)
글쓴이 : 가즈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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