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두리

[스크랩] 손석희와 서울대-펌

고요한하늘... 2005. 6. 22. 15:29
손석희 앵커와 언론사를 엮어 학벌주의를 꼬집는 재밌는 글이네요.
http://www.mediamob.co.kr/MediaMob/Article/ArticleView.aspx?PKId=10454

[공희준] 손석희와 서울대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논객 가운데 곽호성씨란 글쟁이가 있다. 나와는 일면식도 없는 관계다. 측근이 운영하는 홈페이지에 가끔씩 들렀다가 간간이 그가 남긴 글을 접했을 따름이다. 따라서 곽씨가 어떤 이력의 소유자고 현재 무슨 직종에 종사하고 있는지 알 길은 없었다. 글의 수준과 내용을 봐서는 친한나라당 진영에서는 보기 드물게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곽호성씨가 앙큼할 만큼 깜찍한 발상을 했다. 스타방송인 손석희씨를 집권여당이 정권재창출을 위해 은닉해놓은 회심의 비밀병기로 지목한 것이다. 물론 현실가능성은 희박하다. 진중권씨는 몰라도 확실히 손석희씨는 정치를 하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인재다.

손석희씨는 노무현 대통령을 능가하는 입지전적 인물이다. 방송국은 학벌 따지기로 남부럽지 않은 동네다. 뉴스에 등장하는 아나운서와 앵커들과 기자들 면면만 살펴보시라. 세칭 명문대 일색이다. 여자들보다 남자들이 더하다. 여성의 경우는 모자라는 학벌을 화사한 미모로 보충한다. 남자들은 순전히 학교간판이 척도다.

본원로야 방송에는 관심도 없을 뿐더러 능력도 되지 않고, 체질도 맞지 않으니 오히려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입장일 성싶다. 이왕 이야기 나온 것 툭 까놓고 터트려보겠다. 사이버공간에서 글줄이나 끼적거렸던 경력을 발판 삼아 여의도 방송가로 진출한 논객이 몇 명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정파와 진영은 당연히 아니다. 탁월한 문장력? 시원한 글발? 해박한 지식과 정연한 논리? 전부 도둑고양이 쌈 싸먹는 소리다. 정답은 엉뚱한 데 있다. 국립 서울대학교 졸업장을 마빡에 붙이고 거들먹거린다는 점이다.

방송만 그런 건 아니다. 일류대에 대한 선호와 편향은 소위 진보매체들이 더하다. 한겨레신문에 각계를 대표해 출몰하는 평론가들과 전문가들의 배경과 출신성분을 조사해보시라. 대개가 서울대 아니면 연고대 애들이다. 여성지분을 이용해 잠입한 이대동문들도 더러 섞여 있다.

한겨레에 간택된 지식인 중 상당수는 한국사회의 실질적 계급장인 졸업장 떼고 대등한 자격으로 맞짱을 뜨는 인터넷에서는 2류나 3류, 혹은 찌질이급 논객으로 분류된 부류들이다. 실력과 감각이 모두 뒤쳐지는 온라인의 2진급 선수들을 오프라인의 1진으로 고집스럽게 출전시키는 한겨레신문, 사세와 발행부수가 나날이 기울고 있다. 쌤통이고 자업자득이다.

지면을 혁신하고 웹사이트를 개편했다고 한겨레에서 엄청 광고를 때리는 눈치이던데 요놈의 몹쓸 학연편식증만은 전혀 고치지 못한 모양이다. 기고자들의 학벌과 학력을 대놓고 공개하는 조선일보가 차라리 솔직하게 느껴질 지경이다. 한겨레의 학벌중독증은 해묵은 고질병이다. 서울대 동창생인 유시민 의원만 나타나면 팔이 안으로 습관적으로 굽는 한홍구 교수 같은 양반에게 아낌없이 용지를 할애하는 꼬락서니를 보면 말이다.

구속영장에는 의연해도 대학졸업장에는 설설 기는 게 한국의 진보다. 한겨레신문은 필자의 프로필에 최종학력과 취득학위를 병기하지 않는 점을 원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악용하는 중이다. 대학서열을 기준으로 설치한 한겨레의 진입장벽은 부자신문들 저리 가라 높고 두텁다.

한국사회의 비주류이자 변방인 인터넷 논객무대와 이른바 진보언론의 매체환경에서도 이렇거늘, 하물며 연고주의와 정실주의가 노골적으로 판치는 방송가의 풍토는 어떻겠는가? 살벌하고 험난한 여의도 뻘밭에서 손석희씨는 별로 두드러지지 않은 학벌만으로 방송계를 평정했다. 불리한 여건을 뚫고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고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을 흘렸을 지는 오직 당사자만이 알 것이다.

본원로가 손석희씨 안에 들어갔다 나온 적은 없다. 그러나 손씨의 행적과 품성에서 우리는 그가 방송에 뼈를 묻을 각오임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손석희씨가 정치에 입문하는 순간 국민은 방송활동에서 축적한 명성을 팔아 금뱃지를 산 한심한 국회의원을 얻는 대가로, 존경하고 신뢰할 만한 뛰어난 방송인 한 명을 잃는 셈이다. 지역구 의원과 전국구 의원의 나쁜 점만 골라 모은 ‘전파구(電波區)’ 국회의원이 추가로 탄생하는 것이다.

본원로는 국리민복과 무관한 정치게임을 혐오한다. 스스로가 마치 킹 메이커라도 되는 양 터무니없는 소설을 써대는 논객들과 글쟁이들을 대하면 욕지기부터 치민다. 내가 진짜로 정권창출에 기여해 떡고물이라도 챙길 요량이었다면 지금쯤 모씨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어야 나라와 민족이 흥한다고 서역국 대장간에서 신나게 풀무질을 하고 있으리라. 대선정국에서 특정인물에게 올인하는 행태는 노무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만약에 손석희씨가 정치에 나선다면 어찌 대응해야 할까. 분명히 밝혀두는 바이다. 나는 시건방지게 킹 메이커를 자처하면서 누구더러 꼭 정치를 해야한다고 부추길 의향이 없다. 내 앞가림하기도 급급한 판국에 내가 감히 왜 남의 인생에 초를 치겠나. 허나 손석희씨가 내 의중과 상관없이 정치권에 모습을 드러낸다면 나는 적극적이고 열성적으로 그를 지지할 것이다. 한나라당에 입당하지 않는다는 전제조건으로.

강력한 차기대권 주자로 손꼽히는 정치인들이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걸어온 길’을 보시라. 서울대가 태반이다. 서울대 독식현상은 개혁세력이라는 열린우리당이 더더욱 심각하다. 그나마 독식이고 독점이면 괜찮게. 서울대 제품들은 한결같이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표정이 일변하니 문제지.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야말로 일류대제 개혁의 가식과 허구성을 온몸에 체현하는 살아있는 박제이자 숨쉬는 화석이리라.

대한민국에는 서울대를 나오지 못했다는 이유로, 일류대 졸업장이 없다는 빌미로,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다는 사실로 말미암아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국민과 유권자들이 백사장 모래알처럼 즐비하고 수두룩하다. 서울대 졸업생들에게 서민대중의 애환과 설움, 소외감과 박탈감을 이해하기를 바라는 행위는 명예철학박사 이건희씨에게 헤겔철학 특강을 요청하는 짓처럼 어불성설이다.

서울대 브랜드가 부당하게 마이너스로 작용해서는 안되지만 이런 걱정을 하기에는 서울대 졸업장으로 낚을 수 있는 불합리한 특혜와 부조리한 프리미엄이 지나치게 막대하다. 손석희씨가 서울대를 졸업했다고 가정해보자. 나는 확신한다. 그는 필시 한국방송이나 문화방송 사장으로 진작에 취임했을 게다. 최연소 공중파 방송국 사장이라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탤런트 김태희는 서울대 재학생이라는 후광 덕택에 광고든 드라마든 출연료에 자릿수 하나가 보태졌을 터.

대한민국이 망하면 그 원인은 고착되고 경직된 계급구조가 될 것이다. 한국의 계급구조는 강남 부동산이라는 하드웨어와 명문대 졸업장이라는 소프트웨어를 바탕으로 운영되고 유지된다. 하드웨어의 경성권력이 소프트웨어의 연성권력과 결합됨으로써 모순덩어리의 기성체제는 한층 강고해진다.

집안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입시전쟁에서 승자가 되고, 좋은 대학을 가는 세상이다. 100미터 달리기 경주에서 아버지가 사장이고 교수고 의사이고 판검사고 고위행정관료인 강남아이들은 10미터만 뛰어도 골인지점이다. 족집게과외와 조기유학 등의 값비싼 사교육에 업혀서 90미터를 거저 먹기 때문이다. 무임승차의 극치다.

노동자와 농민과 영세 자영업자와 실직자 부모를 둔 학생들은 100미터를 풀코스로 주파해야 한다. 에누리없이 자력으로. 강북과 지방이라는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핸디캡으로 다리에 매단 채.
출처 : 문화방
글쓴이 : ironmind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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